[미국 신용카드] 첫 카드 만들기
미국에 처음 오게 되면 어떤 것 부터 해야 할까? 정말 할 게 많다. 많고 많은 일 중 오늘 다뤄볼 주제는 신용카드 만들기 이다. 미국생활하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신용점수 혹은 신용기록이다. 이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아 집 혹은 차를 살 수도 있고, 이전 편에서 말한 것처럼 신용카드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신용기록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좋기 때문에 첫 신용카드를 일찍 만들면 만들수록 도움이 된다. 처음 미국에 온 사람들을 위해 차분히 단계별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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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행 어카운트 만들기
신용카드랑 은행계좌랑 무슨 상관이지? 할 수 있다. 맞다 어찌보면 크게 상관이 없을 수 있다. Chase 은행의 checking account (일반 계좌) 없이 Chase 신용카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주제가 첫 카드 만들기인 만큼 첫 계좌를 어느 은행에다 만드는지는 은근히 중요할 수 있다. 은행계좌는 보통 미국에 도착 한 후 거의 손에꼽힐 정도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때 Bank of America, Chase, Amex, Capital one 등등 많은 은행중에 한 곳에서 체킹 어카운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어느 곳이든 상관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Chase 은행의 계좌를 추천하고싶다. Chase 은행은 신용카드 계에서 꽤 좋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고 첫 시작 카드를 Chase 카드로 하게 된다면 좀 더 쉽게 마일리지 게임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중엔 다 한 곳으로 만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 2. SSN 번호 받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학 혹은 취업으로 올 경우가 많다. 취업하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사회보장번호 (Social Security Number, SSN) 가 있을 테고 학생비자로 오시는 분들은 학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구하게 되면 SSN 번호를 받을 수 있다. 이 SSN 번호는 한국으로 치면 마치 주민등록번호에 비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받으면 받을 수록 좋다. SSN을 받을 수 없는 신분 (대표적으로 F-2)은 ITIN이란 개인 납세자 번호라도 받으면 몇몇의 신용카드는 만들 수 있다. SSN 번호를 발급 받았으면 이제 카드를 만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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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카드를 만들어야 하나요?
SSN을 받자마자 만들 수 있는 신용카드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이 글에선 여러가지 후보군들을 나열할 예정이다. 이 중 어떤 것을 만들어도 큰 상관 없다. 만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든 이후 부턴 여러분들의 신용기록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 Secured Credit Card
시큐어드 카드란 신용이 낮은 (=신용기록이 짧은) 사람들을 위해 은행에서 발급해주는 카드로, 일정 금액을 디파짓 (일종의 보증금)으로 받고 그만큼 한도를 정해주는 카드이다. 예를 들어 $1000을 은행에 디파짓으로 예치하고 그 만큼의 신용한도를 받는 카드를 개설하게 된다. 그럼 은행의 입장에선 만일 내가 카드빚을 못 갚게되는 경우에도 그 디파짓을 통해 부채를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메이저 은행들은 전부 시큐어드 카드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발급 난이도가 쉽고, 꾸준히 잘 쓰고 잘 갚다 보면 신용점수도 좋아져서 다음 카드로 넘어가기 좋다.
- BOA Cash Rewards 카드 3형제
다음은 첫 신용카드로 무난하게 많이 사용되는 Bank of America 은행의 캐쉬백 카드 삼형제다. 세 카드 모두 연회비 없고 3개월 $1000불 사용시 $200정도의 사인업 보너스를 주게된다. 나의 첫 신용카드도 BOA 의 Customized Cash Rewards이다. 세 카드를 간략히 비교해 보자면,
Customized Cash Rewards (빨강카드): 3% 캐쉬백 받을 수 있는 항목을 내가 지정 할 수 있다. (주유소 및 전기차 충전 /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 및 구독료 / 식당 / 여행 / 약국 / 가구) 2% 캐쉬백 항목은 식료품가게 와 코스트코 샘즈같은 Wholesale 이고 그 외에는 1% 캐쉬백이다. 매 분기 2%와 3% 캐쉬백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500이고 그 이후의 금액부턴 1% 돌려받는다. (이 만큼의 금액을 써본적이 없어서 이 글을 쓰는 지금 처음 안 사실이다)
장점으로는 아무래도 전략적으로 내가 많이 사용하는 부분에 집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단 점이다. 3% 항목은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 변경 할 수 있지만 한 달에 한번만 변경이 가능하다.
Unlimited Cash Rewards (은색카드): 빨강카드와 다르게 어떤 카테고리의 소비를 하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5% 캐쉬백을 해준다. 저 둘 카드는 정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고 단순히 취향차이 인 것 같다. 스펜딩이 큰 사람이라면 전략적으로 고려해봐서 골라야겠지만 나처럼 작고 귀여운 규모의 스펜딩을 가지고 있는 학생 및 사회 초년생이라면 그냥 색깔 맘에드는 걸로 하면 좋을 것 같다.
Travel Rewards (파랑카드): 이 카드는 $200을 사인업 보너스로 받는 위의 두 카드랑 다르게 25,000 Travel Points를 받는 일종의 마일리지 (포인트) 카드이다. 모바일 앱의 Rewards - Redeem Points 를 눌러서 나오는 곳에 travel credit - redeem travel credit 에 들어가게 되면 호텔, 렌터카, 항공 등등 여행관련된 항목에서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1 point = 1 cent 로 계산되어서 25,000 points 는 대략 $250 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내가 첫 신용카드를 만들 당시는 이런걸 알아보지도 않고 단순히 $200에 눈이멀어 그냥 만들었지만 이 카드도 오로지 사인업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만들만한 매력적인 카드인 것 같다. 또한 $1 스펜딩 당 1.5 point를 적립해주니 시작하는 카드로 꽤 좋은 것 같다.
- Chase Freedom Unlimited/Flex
만약 이 카드를 만들 수 있다면 꽤나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카드는 사용액의 일정 부분을 캐쉬로 주는 단순한 캐쉬백 카드가 아닌 UR포인트로 주게된다. 단순히 이 카드만 있으면 UR 포인트는 1 UR point = 1 cent로 밖에 변환이 안된다. 하지만 아마 다음게시글로 예정된 Chase Sapphire 카드 시리즈를 만들게 되면 저 UR 포인트의 가치는 더 상승하게 된다. 그러니 만약 이 카드를 당신의 첫 카드로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저 UR 포인트를 캐쉬백 하지말고 추후 사파이어 카드를 만들어서 꼭 파트너 회사 포인트로 변환하길 바란다.
- Chase Freedom Unlimited: 위에 기술한 BOA Unlimited Cash Rewards (은색카드) 와 같이 어떤 결제든지 1.5% 캐쉬백을 해주는 카드이다. 체이스 트래블 포탈을 사용해 여행관련 결제를 하면 5%, 레스토랑 및 약국을 가면 3% 캐쉬백을 해준다.
- Chase Freedom Flex: 위의 기술한 BOA 빨강카드와 비슷한데 다른점은 매 분기 5%적립이 되는 카테고리가 바뀐다는 점이다. 그리고 매 분기 최대 적립 금액은 $1,500 즉 7,500 UR points 가 최대이다. 5%적립이라는 큰 혜택이 있지만 가끔 카테고리가 사용하기 어려운 카테고리 (헬스장, 온라인 스트리밍 등등)가 나오게 되면 약간 계륵같은 존재가 된다. 하지만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꼭 쉽게 맥시멈을 채울 수 있는 그로서리 항목이 나오기 때문에 없으면 뭔가 아쉬운 그런 카드이다.
위의 두 체이스 프리덤 카드 모두 첫 카드로 아주 추천할 만한 카드이지만 체이스가 신용기록이 짧은 사람들에게 좀 까탈스럽게 굴어서 발급 난이도는 그리 쉽지 않은 편이다. 소문에 체이스 체킹 어카운트가 있으면 좀 쉽다는데 이것도 체이스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
- Discover It Credit Card
굉장히 많은 유학생들의 첫 카드인 Discover It 카드 이다. 발급난이도가 그 만큼 매우 낮고 다른 학생들의 Referral 코드를 사용하면 양측 모두에게 $50 크레딧이 가기 때문에 이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 선배와 친해지기 좋다는 장점도 있다. 위에 있는 Chase Freedom Flex 카드와 마찬가지로 매 분기별 5% 캐쉬백 카테고리가 있어서 잘만 사용하면 꽤 많은 캐쉬백을 받을 수 있다. 역시 첫 신용카드로서 아주 훌륭한 카드다.
신용카드 개설 후 꿀팁 및 알아두면 좋은 점
첫 카드를 만들었다면, 그 카드만 최소 6개월 에서 1년 정도 사용하세요.
첫 신용카드를 빨리 만들어서 우리가 얻는것은 긴 신용기록이다. 우리의 더 큰 목적은 이 긴 신용기록을 토대로 더 좋은카드, 혜택이 많은 카드를 전략적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 위에 기술한 카드들은 첫 카드로서 아주 훌륭한 카드이다. 그 이유는 발급난이도가 쉽기 때문이고 발급난이도가 쉽다는 것은 그 만큼 카드회사에서 주는 혜택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신용카드를 만들 때마다 카드 회사는 우리의 신용점수를 조회하게 되는데 (이것을 하드 풀 이라고 한다, hard pull) 이 횟수가 많아지게 되면 역시 초반 신용점수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만든 당신의 첫 카드는 영원히 당신과 함께할 것 입니다. (절대 이 카드를 취소하지 마세요)
신용점수를 매기기 위해서 평가하는 여러가지 항목들이 있다. 그 중 중요한 부분하나가 바로 '얼마나 오랫동안 신용기록을 가지고 있냐' 이다. 이 항목은 '가장 오래된 신용기록' 과 '갖고있는 신용카드들의 평균 나이' 로 나뉘는데 첫 카드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신용기록이면서 나중에 새로운 카드를 만들 때 평균 나이를 오래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도 반드시 카드를 취소하지말고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음 카드를 만들 때 왠만하면 연회비가 없는 카드 혹은 연회비가 없는 카드로 다운그레이드 할 수 있는 카드로 만드세요
이 부분은 첫 신용카드를 만드는 이 시점에선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미리 기억해 두고 있으면 좋다. 위에서 말했지만 신용점수를 위해선 오래된 카드들을 잘 가지고 있는게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 두번째 카드로 사인업 보너스만 좋고 실제로 연회비 대비 별 혜택이 존재하지 않아서 오래 유지하긴 부담스러운 카드 (ex American Express Green Card) 를 바로 만들어 버리게 되면 이 카드를 취소 할 때 신용점수가 한순간에 나빠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카드를 만들 때 (대략 첫 다섯 장 정도) 오래 유지 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드는 게 좋다.
당연한 얘기지만 잘 갚으셔야 합니다
이 신용카드는 일종의 빚을 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빚을 잘 갚아야지 빌려주는 카드회사들도 점점 나를 믿기 시작하고 내 신용점수가 올라간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인터넷의 많은 글들을 보게되면 Credit Usage 를 20-30%로 유지하세요 라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내 신용카드의 한도가 $1,000이면 그중 $200-300정도만 쓰라는 얘기이다. 그러면 '한달에 $200-300으로 생활비를 하라는 얘기냐?' 라고 물어보면 그것은 또 아니다. 페이먼트가 다가오기전에 갚아버리고 다시 또 카드를 쓰면된다.
저 Credit Usage 얘기가 왜 나온 것인가 하면 저 부분도 신용점수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 신용한도를 꽉꽉 채워서 사용하게 되면 신용점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자기들이 그 만큼 쓰라고 허용해줬으면서 또 그 만큼 쓰는걸 싫어하는... 조금은 어이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두 가지 유형의 사람으로 나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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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it Usage 를 적정량 채워놓고 Statement 가 나오고 나서 금액을 갚는 사람
- 신용카드 사용 후 그때 그때 바로 갚아버리면서 마치 debit 카드 처럼 사용하는 사람
이론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법은 1번이다. 아무런 문제도 없고, 신용카드회사 입장에서도 건실한 고객이다. 문제는 2번유형의 사람이다. 내가 2번의 유형처럼 쓰는 사람인데 이 부분의 대해서는 여러가지 엇갈린 의견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2번 유형처럼 몇십년을 사용해왔고 신용점수가 매우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이렇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사람은 2번 처럼 계속 쓸 때마다 갚아 나갔더니 은행에서 Financial review 및 red flag를 받았다고 한다. (소수의 경우이긴 하지만 나에게 일어난다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상황일 것 이다.)
2번 유형의 사람들을 은행에서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이유를 굳이 찾아본다면, 계속 그렇게 쓰고 갚고 쓰고 갚고 하다보면 자신들이 정해준 한도를 넘어서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도가 $1,000인데 $200씩 쓰고 갚고 를 한달동안 10번을 하면 그 사람은 한달에 $2,000을 쓰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다 갚았기 때문에 신용한도는 계속 리뉴얼 되는거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뭐가 맞는지 정답은...나도 모른다!
나는 2번의 방법으로 현재까지 3년이 넘게 신용카드를 사용해왔고 현재 신용점수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 방법을 고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도 있다는 점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이 포스팅이 미국에 와서 신용카드를 처음 만드는 사람에게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앞으로 미국 생활에 꼭 필요한 신용점수 관리를 위한 전략을 짜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