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라면 헌혈에 대해서 많이 익숙할 것이다. 그 이유에는 물론 헌혈 자체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제도적으로 헌혈을 한 사람에 대해서 주는 혜택들과 번화가 곳곳에 있는 헌혈의 집 덕분에 높아진 접근성도 있을 것이다. 나만해도 고등학교땐 헌혈을 해서 봉사시간을 얻기도 했고, 약속장소에서 친구 기다리다가 친구가 늦는다고해서 헌혈이나 할까 해서 한 적도 있다. 대학생때는 군대 가기 위해서 가산점을 받기위해 헌혈을 한 적도 있다.
헌혈을 하면 주는 헌혈증을 전부 다 모으고 있었다. 그 헌혈증을 갖고있으면 나중에 병원에서 수혈받을 때 할인이 된다 뭐 이렇게 들었던 것 같았다. 언제 쓰일진 모르겠지만 항상 지갑에 넣어두고 다녔다. 그러다 군대에 있을 때 같은 중대 간부 한명의 어머니가 위독하시고 큰 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그때 중대 차원에서 헌혈증을 모아서 그 간부님에게 전해드린적이 있었다. 그때 뭔가 내가 했던 헌혈들이 빛을 보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다 미국에 오게 된 이후에는 몇년간 헌혈을 하지 않았다. 헌혈을 어디서 하는지 몰랐다고 하기엔...매일 출근하는 길에 항상 헌혈버스가 있긴 했다. 아주 어릴 때 어딘가에서 미국에서 헌혈 후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있었다는 괴소문을 들은 이후로 미국에서 헌혈은 하면 안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못 박혀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오늘 퇴근하는 길에 헌혈버스를 보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오늘은 헌혈을 해봐야겠다' 하고 들어갔다. 이번 포스팅은 미국 헌혈버스에서 헌혈한 후기를 예전 한국에서 헌혈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서 얘기해보겠다.
혈액형 확인방법
초등학교때 친구의 음료수 한 모금 얻어먹으려해도 우리는 혈액형을 마치 신분증처럼 사용해서 허락을 구해야 할 정도로 본인의 혈액형은 잘 알고있다. 심지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군번줄에 본인의 혈액형이 써져있다.
헌혈의 첫 시작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았다. 문진표를 작성해서 여러가지 걸러야 할 항목들을 걸렀고, (주로 성병, 백혈병, 혹은 말라리아 류) 채혈을 했다. 사실 한국에선 혈액형 검사를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근데 여기선 교과서에서 나올법한 방법 그대로 써서 신기했다.
ABO 식 혈액형은 다들 알다시피 A 타입, B 타입 항원이 있냐 없냐로 나눈다. 그래서 문진을 마치고 나면 헌혈을 도와주시는 직원분이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는 유리글래스를 준비한다. 양 끝에 A 항체, B 항체를 뿌려놓아준 후 내 손가락에서 채혈을 한다. 내 혈액을 각각 A,B 항체 용액과 섞어줘서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한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방법으로 내 눈앞에서 혈액형을 확인하니 신기하고 재밌었다. 내 혈액형은 O형으로 A,B 항체 모두와 반응하지 않았다.
초코파이...먹고싶다
내가 헌혈을 많이 하던 시기에 헌혈의 기본 매너는 항상 초코파이 두개 와 롯데시네마 영화표 한장이었다. (간혹 문화상품권일 때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과자같은거 안주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스낵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오브 콜스라고 말하니 과자 박스를 보여주면서 고르라고 했다. 내가아는 미국과자 맛있는거 많은데 그것만 쏙 빼놓고 나머지만 있었다. 결국 파워에이드와 초코쿠키 하나 골랐다. 너무 초코파이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왜 이렇게 많이...?
한국에서 헌혈할 땐 400mL 피를 뽑는다. 문득 문진중에 궁금해져서 앞에 계신 직원분께 여쭤보니 525mL 를 뽑는다고 하더라. 물론 당연히 사람몸에서 한 600mL 정도 까진 뽑아도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내 삶에서 경험했던 출혈량중 가장 큰 출혈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긴장되기도 했고 또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이상이 있을지 없을지.
ㅋㅋ당연히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헌혈 후 더운 길거리를 걸어서 집에 온 후, 잠시 좀 무거운 짐을 나를게 있어서 잠깐 나르고 집에서 쉬다보니 뭔가 어질어질한 기분이 들었다. 생전 처음느껴보는 빈혈 기운이어서 바로 냉장고를 열어서 씻어놓은 토마토를 먹으며 저녁 준비를 했다. 저녁을 먹고나니 빈혈기운이 사라진걸 보니 그냥 배가 고팠던 것일 수도 있다.
결론은 525mL 헌혈해도 아무 이상 없다ㅎ
헌혈을 다 한 후, 기념 티셔츠를 줬다. 영화관 기념표보다 지금은 이 티셔츠 한장이 더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종종 주기적으로 헌혈을 해서 보람도 느끼고 공짜 티셔츠도 되도록 많이 받아둬야겠다.
여러분도 꼭 헌혈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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